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 297회]

대신 삼성그룹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업무는 모두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이나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이건희 회장은 IMF체제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때도 ‘집중과 선택’ 이라는 밑그림만 던져놓고 단 한마디 말을 하지 않은채 실무를 구조조정본부에 일임했다.

“팔아야 한다고 판단되면 오너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팔아라”고 분명한 방침을 내놨기 때문에 사장단들이 일을 처리하기가 수월했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과 빅딜 협상을 벌였던 다른 기업체 임원들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자기 판단에 따라 협상조건을 밀었다, 당겼다 하는 것을 보고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히 말하기보다 듣기에 능숙한 것이다. 물론 1993년 신(新) 경영 때는 당시 프랑크푸르트, LA 등지에서 평균 8시간 이상, 최장 16시간짜리 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며 3개월 동안 8.500쪽 분량의 말을 쏟아낸 적이있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는 보통 때는 열 마디를 듣고 열번 생각을 한 다음에 한 마디를 했다. 혹시 남에게 말을 걸더라도 "왜!" "왜!" "왜!"를 반복하면서 본질을 캐묻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다 보니 현실의 사업에 대한 감각도 차이가 있다.

“이병철 회장이 중소기업형 리더라면, 이건희 회장은 대기업형 리더다. 이병철 회장은 직접 주3~4회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챙기고 지시했다.

아마 이병철 회장이 계속 경영했다면 아마 오늘날과 같은 삼성전자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장들이 회장이 언제 갑자기 무슨 질문을 할까, 어떻게 대답할까에만 신경쓰면서 ‘쫄아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나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권한위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다르다. 소소한 일은 관여하지 않고 큰 줄기만 챙긴다. 다만 큰 흐름을 잘못 짚으면 혼이 나는 것은 더 무섭다”고 말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깊은 생각과 높은 안목'
이건희 회장의 폭넓은 안목과 통찰력은 그칠 줄 모르는 지식욕과 깊은 사색에서 비롯된다. 그는 매달 엄청난 양의 책과 잡지를 읽고, 또 틈만 나면 비디오를 시청한다.

그는 정치·경제·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모아놓고 읽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책만 한 20권이 되며 잡지의 경우는 시사경제에서부터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잡지 50종 정도를 구독한다.

그리고 자택 지하실에는 열 다섯 개의 VTR을 설치해 놓고 매일 뉴스, 과학 다큐멘터리, 세계 여러 나라의 프로그램이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시청한다.

이렇게 매일 접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는 사색을 위한 풍부한 재료가 되고, 정보에 대한 갈구와 함께 이건희 회장의 사고를 깊게 해주는 것은 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각의 철학' 이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이라고 말하며, 경영이든 일상사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모든 문제를 다각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입체적 사고라 이름 붙였으며, 빠르게 변하는 21세기 생존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 했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영화감상을 예로 들어 '입체적 사고'를 설명하기도 했다.

『영화를 감상 할 때, 대개 주인공에 치중해서 보게 되지만 주인공의 처지에 흠뻑 빠지다 보면 자기가 그 사람인 양 착각하기도 하고, 그의 애환에 따라 울고 웃는다. 그런데 스스로를 조연이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아주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주연, 조연뿐 아니라 등장인물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인생까지 느끼게 된다. 거기에 감독·카메라맨의 자리에서까지 두루 생각하면서 보면 또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이회장은 일단 입체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지면, 음악을 들을 때나 미술 작품을 감상 할 때, 또 일을 할 때에도 새로운 차원의 눈을 뜨게 된다고 한다.

입체적 사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건희 회장은 일단 중요한 사안이 하나 생기면, 해결 될 때까지 몇날 며칠이고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나서 결정을 내린다.

이건희 회장의 정보에 대한 갈구와 입체적 사고는 남들 보다 앞서 미래를 구상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 중 기자가 갑자기, 10년 뒤 삼성의 모습은 어떠 할 것 갔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은 머뭇거림 없이 10년 후 삼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10년 후 삼성은 사업구조나 경영구조에서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욕심이 좀 지나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삼성은 전자·금융·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기술과 핵심 역량을 갖춘 첨단 기업으로 성장하고, 부채가 거의 없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유한 일류 기업으로 변모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건희 회장의 마음인 것이리라 필자는 생각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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