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가 중세를 지나 근세로 들어서면서,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나고 합리주의와 계몽주의가 발전하면서 서양인의 사고방식이 바뀌어 갔다 특히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혁명 이후 물질문명이 발전해가면서 사람들은 이제 하나님(神)이 없어도 사람들끼리 유토피아, 이상사회(理想社會)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런데 2차에 걸친 끔찍한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우리가 허황된 희망을 품었으며 우리가 인간에 대하여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였다는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같은 기독교 국가들끼리 전쟁을 치르고 무려 5천만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으며, 인간이 충동적이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존재임을 깨달으면서 새로운 철학이 등장하였다. 바로 실존주의(實存主義, Existentialism)이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사용하던 용어 중 한계상황(限界狀況, Boundary Situ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일컫는 말이다.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인간의 이성과 과학과 물질문명이 도달하는 한계를 깨닫게 된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그 한계상황을 다섯 가지로 들었다.

첫째가 죽음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의 벽은 넘을 수 없기에 죽음이 한계상황인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둘째가 고독(孤獨)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덱거는 일컫기를 "고독이 나의 고향이다(Einsamkeit ist meine Heimat.)“라 하였다. 독일어로 고향이 Heimat이고 고독이 Einsamkeit이다. 고독해서 결혼을 하였는데 아내가 곁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잠 못드는 남편은 고독을 느낀다. 자식을 낳아 애지중지 길렀는데 잘난 척하고 부모를 떠나버린다. 그래서 고독은 어느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벽, 한계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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